이슈트반은 새 동네로 이사하고 새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친구를 사귀는 데 큰 소질이 없다. 옆집에 살던 아주머니와 관계를 맺으며 첫 경험을 하고, 아주머니 남편의 사망 사건에 휘말려 소년원 신세를 진다. 몇 년 뒤 출소한 후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빈둥대다 군에 입대하고, 이라크에 파병 갔다가 그곳에서 전우를 잃는다. 제대 후 영국으로 건너가 우연히 한 남성을 구하고, 그의 주선으로 상류층을 상대하는 경호원 겸 운전기사가 된다. 일을 하는 도중 고용주의 아내 헬렌의 눈에 띄어 불륜 상대가 되고, 고용주가 사망하자 헬렌과 결혼한다. 고급 승용차를 몰고 명품 시계를 차며 헬렌과의 사이에 아들도 낳는다.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아들을 바라보며 아들이 그보다 훨씬 ‘잘난 직업’을 가지리라 확신한다. 그리고 파멸은 일순간에 다가온다.
2025년 부커상을 수상작. 소설 속 모든 문장은 지극히 건조한 현재 시제로 묘사되며, 이슈트반은 좀처럼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을 상세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글자만큼이나 여백이 가득한 종이 위에서 펼쳐지는 강박적일 정도의 현재 시제와 단답형 대사는 독자가 숨 가쁘게 쫓아가야 할 만큼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 시킨다. 작가는 부커상 수상 뒤 인터뷰에서 “살아있는 몸으로 세상 속에 존재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삶을 신체적 경험으로 다루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이슈트반은 인생의 주요한 순간들을 몸으로 겪어낼 뿐 해석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독자 역시 언어의 성긴 그물로 이야기의 모든 것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그저 읽어낼 뿐이다.
- 알라딘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그런 일이 일어나면 뭘 해야 하는지
충격이 너무 커서
그는 그냥 의자에 앉아있는다
밤새 거기 앉아 있는다
신영복 선생 10주기,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1997년의 어느 날, 신영복 선생은 이런 글을 쓰셨다. “나는 당장 당신의 답장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나는 당신의 답장을 읽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그에게 뒤늦게 보내는 답장이다.
강원국, 김미옥, 김중미, 김하나, 이동국, 정지우, 정희진, 최재봉, 여덟 명의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연대와 사색의 메시지를 띄웠다. 선생을 그리워하는 독자들에겐 다시 한번 그를 함께 떠올릴 기회가 될 위로의 글이다. 아직 신영복을 만나지 못한 독자에게는 그의 사유가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를 천천히 발견하게 하는 첫 번째 편지가 되어줄 것이다. - 알라딘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정희진, 「신영복의 평화를 생각한다」 중에서)
나는 “의기가 방자한 사람”을 매우 싫어한다. 지나치게 나대는 사람,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도 두렵다. 인류세, 빈부 격차 등 인간과 지구의 모든 비극은 이 같은 인간형이 대세가 되면서 생긴 일이다. 의지가 박약하거나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 “열심히 하라”는 말은 폭력이다. 약자는 의기가 방자한 이들을 감당할 수 없다. 승부는 옳고 그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강자의 끈질긴 의기에 의해 정해진다.
"피아노는 제가 세 살 때부터 일상적으로 접해온 가장 밀접한 악기입니다. 그러나 그 익숙한 악기가 언제 어디에서 탄생했고 어떤 기원이 있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그 배경을 알아가는 일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평생 함께한 피아노라는 악기에 대해 문득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피아노는 어떻게 세상에 탄생했고, 지금의 모습이 된 걸까. "체르니랑 하농을 제일 싫어해서 늘 어떻게 하면 연습을 안 하고 칠 수 있을까" 하며 꾀를 부리는 아이, 피아니스트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해본 아이는 왜 피아노에 그토록 매혹된 것일까. 그렇게 피아노라는 악기의 원점을 탐구하는 여정이 시작된다.
쳄발로와 클라비코드 등 다양한 건반악기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고, 음악학자들과의 대담과 자료관 방문을 통해 피아노의 뿌리를 찾아간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변화하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피아노가 걸어온 기나긴 시간을 따라가는 한편, 피아노라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사카모토의 음악 인생도 함께 되짚어간다. 바흐, 쇼팽, 드뷔시, 라벨 등 사카모토가 오랫동안 곁에 두고 들으며 많은 영향을 받은 피아노곡 플레이리스트와 해설도 함께 수록해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 알라딘 예술 MD 권벼리
작가의 말
"음악의 본질은 결국 상의 음악이 아닐까 싶어요. 상실한 것을 노래한다고 할까요. 그건 시의 본질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고요. (...) 예컨대,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워한다는지,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그리워하며 노래한다든지 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본질 아닐까요. 그 그리움 안에는 시간에 대한 저항도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조각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건물을 세우고, 영원성을 추구하죠. 음악 가운데 상실한 것을 인정하며 노래하는 경우가 있지만 동시에 영속성 또한 추구합니다. 요즘 들어 그런 갈망도 담겨 있는 거구나, 하고 느껴요.” (p.121)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미처 하지 못한 일을 정리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것이다. 하지만 <안녕, 피터팬>의 전경철 저자는 그럴 수가 없었다. 간암 말기, 기대여명 6개월. 죽음을 준비해야 할 시간에도 그는 살아남기 위해 버텼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홀로 남겨질 아들 때문이었다.
MBC 〈실화탐사대〉를 통해 많은 이들이 그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사회성 발달 연령이 두 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중증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아들을 위해 그는 자신이 떠난 뒤 아들이 살아갈 곳을 찾아 수없이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것은 번번이 거절뿐이었다. 절벽 끝에 선 그는 끝내 세상을 향해 외친다. "세상 누구라도, 어디라도 제발 내 아들을 부탁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아들을 '피터팬'이라 부른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 생의 끝에서 그는 깨닫는다. 세상에는 저마다의 피터팬이 있다는 것을. <안녕, 피터팬>은 가장 사랑하는 이를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한 아버지의 기록인 동시에, 모든 피터팬이 존엄하게 살아갈 네버랜드를 향한 간절한 염원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오래 남는 것은 한 아버지의 눈물이 아니다. 언젠가 모든 피터팬에게도 돌아갈 곳이 있기를 바라는, 한 사람의 마지막 소원이 오래도록 마음을 붙든다.
- 알라딘 에세이 MD 박진희
이 책의 한 문장
자폐는 아직 불치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피터팬의 생이 모조리 불행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더는 우리의 많은 딸, 아들이 피터팬이라는 이유로 외면받거나, 부모와 함께 모진 결심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