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밝은 밤>의 작가 최은영이 등단 이후 첫 에세이를 펴낸다. <쇼코의 미소>를 대만의 한 호텔에 누워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그날이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떠오른다. 인간에 대한 타고난 관찰력과 애정이 작가가 가져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라면, 소설가 최은영의 심연에는 단정하고도 단단한, 사람에 대한 마음이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에세이를 통해 확실해졌다. 그가 고민하고, 성찰하고, 또 이제껏 가꿔온 내면의 이야기,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온전한 마음이 바로 이런 글들을 가능하게 했다고.
무엇이나 누군가가 한 사람을 구원한다는 말을 쉽게 믿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최은영에게 글쓰기는 분명 스스로를 살리는 일이었을 것이다. 분노와 체념, 슬픔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나 비로소 가라앉은 여과된 감정들이 지독할 만큼 섬세하게 이 책에 담겨 있다. 지극히 내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읽는 이를 깊숙이 글 속으로 끌어당긴다. 작가가 끝내 꺼내 보인 진심이 아주 오래도록 애틋하게 마음에 남을 것 같다.
- 에세이 MD 도란
이 책의 한 문장
<밝은 밤>의 마지막 문장을 썼던 밤이 떠오른다. 문장에 마침표를 찍고 침대에 누워 콧물을 훌쩍거리며 나는 그전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느꼈다. 그건 어떤 두려움도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기쁨이었다. 어떤 인정을 받았을 때조차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쁨. 그 글에 대한 보상은 글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넘치게 받은 느낌이었다. 이 책이 세상에 나가 어떤 평가를 받든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그 글이 완벽하지 않아도, 나름의 결점이 있다고 해도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온 마음으로 글을 썼다는 걸 내가 알았으니까. 그 순간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축제에서 춤을 추기로 한 토끼는 누구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날 있을 축제를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밤새 춤 연습을 하다 늦잠을 자고, 서두르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기대했던 하루는 자꾸만 어긋난다. 펑펑 눈물을 쏟으며 주저앉은 토끼 곁에 거북이와 다람쥐, 비버가 다가온다. 클로버를 건네고, 산딸기를 나누고, 함께 뗏목을 만들어 강으로 향하는 친구들. 토끼는 여전히 “축제에 늦었어.”라며 마음을 놓지 못하지만, 친구들과 보내는 즐거운 시간 속에서 조금씩 웃음을 되찾는다.
"우리가 날았어. 새처럼 슈웅!" 뗏목을 타고 폭포를 가르고, 신나게 물장구를 치고, 예쁜 꽃을 바라보는 순간들은 어느새 토끼의 하루를 새로운 빛으로 채워준다. 목적지에 닿지 못하면 모든 것이 실패처럼 느껴지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책이다. 늦어도 괜찮다고, 넘어져도 괜찮다고 다독이면서. 반딧불이 반짝이는 마지막 장에 이르면 우리는 자연스레 알게 된다. 축제는 멀리 있는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가장 평범한 지금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평범한 순간들이 모여 우리를 단단히 지탱해 준다는 것을.
- 유아 MD 권벼리
작가의 말
도착한 순간의 기쁨보다, 가는 길의 즐거움이 더 반짝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은 축제야!>를 쓰고 그렸습니다. 이 책을 읽는 친구들의 한 걸음 한 걸음에도 작은 축제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좋은 이야기는 그 세계에 관련한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하게 만든다. <세계 끝의 버섯>에서 불에 타 폐허가 된 땅에서 자라는 소나무와 송이버섯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이 개념에 촉수를 대고 있는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위대한"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지독한 분류와 정리 이면에 있었던 폭력을 봤을 때, 이 같은 과학의 결벽이 가리고 있는 다른 세계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내가 막연히 기다리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 들어 있었다. 퀴어 균류학자인 퍼트리샤 오노니우 케이시언은 자기 내면의 혼돈을 민달팽이를 통해, 균류를 통해, 자연 속에 온통 혼재하는, 인간이 편리하게 정리해둔 개념을 넘어 실재하는 '존재'들을 통해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인간의 호오 기준에 의해 배척되었던 자연의 세계,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만을 이해하기 위해 쳐두었던 인식의 경계 너머의 세계에는 꽉 막힌 숨을 한순간 틔워주는 낯선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저자가 정의하는 자연의 퀴어함은 구획되지 않음, 분류되지 않음이다. 온통 얽히고 관계되고 벗어나고 전복적인 자연을 관찰해온 균류학자가 들려주는 , 낯설지만 오래 기다려온 이야기. 이 이야기는 존재와 존재 사이, 인간과 자연 사이를 연결하는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 책을 읽고 팽창되는 가슴을 느끼는 이들끼리는 동료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과학의 강점은 약점일 수도 있다. 정보를 선형적이고 논리적으로 원자화하면 표준화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지만 무한히 복잡한 우주에서 절대적 일관성과 짜임새를 찾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때로는 뒤죽박죽을 선택해야 더 온전히 볼 수 있다. 나는 묻기 시작했다. 퀴어함을 찬미하면 어떤 지식이 꽃필 수 있을까? 세계를 두 개의 렌즈로, 복시로 보면 어떤 종류의 삶을 더 잘 볼 수 있을까?
미국의 작은 마을 몬타 클레어에 사는 열세 살 소년 패치는 날 때부터 외눈이었다. 그런 소년에게 어머니는 단검과 외눈 안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고, 소년은 스스로 ‘해적의 피’를 물려받았다고 여겼다. 소년이 여느 때처럼 안대를 차고 친구 세인트와 만나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 어느 날, 우연히 같은 수업을 듣는 소녀 미스티 마이어가 낯선 남자에게 잡혀가는 장면을 목격한다. 소년은 벨트에 꽂혀있던 단검을 뽑아 들고 낯선 남자로부터 소녀를 구하지만,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한 채 어둠만이 가득한 미지의 공간에 감금된다. 형태도 거리도 윤곽도 알아볼 수 없는, 문이나 창문 가장자리나 틈으로 새어드는 빛도 전혀 없는 공간. 소년이 절망에 빠지려는 찰나, 그곳에 또 다른 소녀가 함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소녀의 이름은 그레이스. 소년이 어둠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도록 지켜준 구원자이자, 이후 어둠에서 벗어나 26년 동안 찾아 헤맬 이름이었다.
<나의 작은 무법자>로 골드대거상을 수상한 크리스 휘타커의 신작. 천신만고 끝에 구조된 이후 어둠 속에서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던 자신의 구원자 그레이스를 찾기 위해 생의 모든 것을 바친 소년의 이야기가 900여 페이지 동안 숨 가쁘게 펼쳐진다. 작가는 전작 <나의 작은 무법자>가 “실수에 관한 이야기, 다시 일어나서 한 걸음씩 발을 내딛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어둠의 색조>는 더 나아가 살아내는 이야기, 무너진 삶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인간적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패를 쥐고 태어났다는 외눈의 소년이 보여주는 순연한 사랑의 이야기.
- 소설 MD 박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