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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국제 부문, 국제더블린문학상, 메디치상 후보 작가로 세계 독자를 만난, 영화와 드라마로 독자를 넘어서 시청자를 만난 작가 박상영이 4년 만에 신작 소설을 출간했다.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인물은 '자이니치' 여성 '마츠노 하나'이다. 어린 시절 살던 한국에서 화재 사고를 겪고 엄마의 고향인 요코하마로 이주한 후 엄마는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며 평범한 중년 여성으로 살아왔다. '이웃과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 해가 뜨기도 전에 출근해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16쪽) 걸었던 엄마,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언제라도 도망칠 준비가 된 여자'처럼 살던 엄마가 가스 누출 사고로 사망했다. '세일 백화점의 윤동주를 만나, 진실을 알아내, 이 모든 일을 되돌리라'는 엄마의 유언을 쥐고 하나는 지푸라기 왕관이 놓인 불길 한복판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간다.
쇠락한 동네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근근히 삶을 꾸리던 나의 가여운 엄마가 '왕자의 난'을 지휘해 끝내 그룹의 총수가 된 여성 기업인 윤동주의 옆에 왕관을 쓰고 선 '초대 미스 세일 마츠노 사치코 양'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하나는 자신이 엄마를 전혀 몰랐음을 비로소 안다. 박상영의 소설은 모퉁이를 돌 때마다 폭탄을 터트리며 질주를 이어나가고, 인간이 얼마나 복잡하고 모를 존재인지를 알게될 때, '아이러니하지만 그 또한 진실'(107쪽)인 게 삶임을 마주칠 때마다 소설 읽는 쾌감이 이것이었지, 하며 속도가 빨라진다. 한국 경제사와 재벌에 관한 소설로, 범죄 미스터리 소설로, 진실에 관한 소설로, 혹은 사랑에 관한 소설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담은 소설이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우리는 박상영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남자와 연애하는 30대 소설가 '영'이 발랄하게, 서글프게 달변을 쏟아내던 그의 소설은 어느 정도는 '박상영'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이제 데뷔 10년을 맞은 소설가 박상영이 서스펜스를 쥐고, 자기 바깥의 허구의 이야기로 다시 출발선에 선다. 다음 기다림은 4년보다는 짧기만 바랄 뿐. 소설가 박상영의 신작을 다시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