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0일 : 95호

조해진의 역사-소설
외국 여행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쩐지 쑥스러운 순간들이 여럿 생각납니다. 파리에 여행을 가서 마침 저의 제2외국어가 프랑스어라 나대보려고 프랑스어로 "얼마에요?" 물었더니 영어로 답해줬던 가게 주인을 생각하면 아직도 좀 머쓱합니다. 공항에서 여권을 살펴보던 보안직원이 "아 유 샤이?" 물었을 때 저도 모르게 "샤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저는 활기차고 기력이 좋은 편인 사람인데요, 말의 경계를 넘어서면 아무래도 전형적인 동양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개성이 개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집단의 특성으로 이해되는 것, 이런 것이 차별의 감각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질 조해진 작가와의 인터뷰에서도 작가께 '세희'라는 인물의 차별받는 감각에 대한 캐릭터 설정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딸인 연주가 기억하는 엄마는 결혼이민으로 낯선 한국에 온 인물, 이웃들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듣던 일본 출신 여자입니다. 하지만 오세희의 대학 후배가 기억하는 그는 투쟁을 제대로 한 '박력이 넘치는 선배'였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의 디테일이 사라지고, 인간을 전형으로 대하다 끝내 그의 이야기가 잊히게 되는 것. 디아스포라의 감각은 이런 게 아닌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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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여행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쩐지 쑥스러운 순간들이 여럿 생각납니다. 파리에 여행을 가서 마침 저의 제2외국어가 프랑스어라 나대보려고 프랑스어로 "얼마에요?" 물었더니 영어로 답해줬던 가게 주인을 생각하면 아직도 좀 머쓱합니다. 공항에서 여권을 살펴보던 보안직원이 "아 유 샤이?" 물었을 때 저도 모르게 "샤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저는 활기차고 기력이 좋은 편인 사람인데요, 말의 경계를 넘어서면 아무래도 전형적인 동양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개성이 개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집단의 특성으로 이해되는 것, 이런 것이 차별의 감각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질 조해진 작가와의 인터뷰에서도 작가께 '세희'라는 인물의 차별받는 감각에 대한 캐릭터 설정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딸인 연주가 기억하는 엄마는 결혼이민으로 낯선 한국에 온 인물, 이웃들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듣던 일본 출신 여자입니다. 하지만 오세희의 대학 후배가 기억하는 그는 투쟁을 제대로 한 '박력이 넘치는 선배'였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의 디테일이 사라지고, 인간을 전형으로 대하다 끝내 그의 이야기가 잊히게 되는 것. 디아스포라의 감각은 이런 게 아닌가 했습니다.
조해진의 소설은 재일한국인, 자이니치라는 집단 속 한 인간을 전형적으로 바라보지 않기 위해 이야기를 절제합니다. 세희의 투병 장면, 엄마에 대한 연주의 절절한 그리움 같은 감정을 쩌렁쩌렁 외치는 대신 인물들이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한 소설가를 믿고 전작을 따라 읽을 수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작가의 신작을 읽으며 새삼 생각해보았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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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쪽 :
히로코가 그저 몸에 맞는 옷이라면 세희는 보호막 같은 옷에 가까웠다고 엄마는 말했다.
세희야, 라고 불리면 더 이상 무서울 게 없었다고도.

Q :
『우리 세희』 연주의 엄마, '세희'는 한때 '박력이 넘치는 선배'였습니다.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한 후의 엄마만 본 연주는 '세희'의 박력을 상상하길 어려워하는데요. 여행을 떠나 외국인이 되면 말이 어색해 누구나 전형적인 수줍은 동양인이 되기 쉬운 순간들이 생각났어요. 이주, 디아스포라의 경험은 이런 감각이 아닐까 하는데요, 작가께도 이런 경험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우리 세희』에 자전적인 요소가 있는데, 바로 ‘연주’의 런던 여정이 그렇습니다. 2024 5월, 저는 런던 시내 곳곳이 등장하는 『빛과 멜로디』 완고를 들고 런던행 비행기를 탔죠. 배경 묘사를 위한 일주일간의 짧은 여행이었는데, 그곳에서 뜻밖에도 여러 인종 차별을 겪었고 그 경험 대부분이 『우리 세희』에 녹아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럴 때는 말이 어색해 논리적으로 싸우지 못하니 박력을 행사하기 힘들죠. 당황했다가 뒤늦게 화를 내고 밤에 술을 마시는, 그런 패턴으로만 속을 다스렸습니다. 구글 맵으로 들어가 호텔 리뷰에 악평을 쓰는 등 저 나름 작은 복수를 했지만 큰 타격은 되지 않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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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우리 세희』 연주의 엄마, '세희'는 한때 '박력이 넘치는 선배'였습니다.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한 후의 엄마만 본 연주는 '세희'의 박력을 상상하길 어려워하는데요. 여행을 떠나 외국인이 되면 말이 어색해 누구나 전형적인 수줍은 동양인이 되기 쉬운 순간들이 생각났어요. 이주, 디아스포라의 경험은 이런 감각이 아닐까 하는데요, 작가께도 이런 경험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우리 세희』에 자전적인 요소가 있는데, 바로 ‘연주’의 런던 여정이 그렇습니다. 2024 5월, 저는 런던 시내 곳곳이 등장하는 『빛과 멜로디』 완고를 들고 런던행 비행기를 탔죠. 배경 묘사를 위한 일주일간의 짧은 여행이었는데, 그곳에서 뜻밖에도 여러 인종 차별을 겪었고 그 경험 대부분이 『우리 세희』에 녹아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럴 때는 말이 어색해 논리적으로 싸우지 못하니 박력을 행사하기 힘들죠. 당황했다가 뒤늦게 화를 내고 밤에 술을 마시는, 그런 패턴으로만 속을 다스렸습니다. 구글 맵으로 들어가 호텔 리뷰에 악평을 쓰는 등 저 나름 작은 복수를 했지만 큰 타격은 되지 않았겠죠.
Q :
서경식 선생의 저작, 양영희 감독의 영화 등이 이 소설의 모델이 되었다고 참고사항을 적어주셨습니다. 연주가 세희를 잇는 것처럼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다시 쓰는 건 그 사람을 잇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고 이어나갔으면 하는 이야기, 『우리 세희』와 이어 읽으면 좋을 책 혹은 영화를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
서경식 선생님의 책들을 읽기 전까지, 저에게 자이니치(재일 조선인)의 의미는 일본에 거주하는 교포라는 상식적인 수준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 언급된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을 접했을 땐 이해할 수 없는 집단이라는 인상도 받았고요. 그런 저에게 서경식 선생님의 책들은 제가 몰랐던 새로운 영토를 열어준 셈입니다. 그분을 통해 자이니치의 불안정한 신분이라든지 일본뿐 아니라 남한과 북한에서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오히려 이용당한-역사를 배웠으니까요. 그 영토로 들어간 뒤 재인조선인이 등장하는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촬영해온 양영희 감독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었고요. 『우리 세희』를 읽고 역으로 그들의 작품과 그 삶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생기면 좋겠어요. 물론 이미 많은 분들이 그들의 책과 영화를 좋아하고 있겠지만요. 입문작으로 서경식의 『디아스포라 기행』, 양영희 감독의 『가족의 나라』를 추천합니다.
Q :
선생님의 투병하는 몸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역사 속 고통받는 몸으로 이어지는데요. 지금도 고통받고 있을 몸 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독자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
이름을 부를 때 ‘우리’라는 관형어를 쓰는 건 참 특별한 문화라고 생각해요. 그 ‘우리’는 사전적인 의미에 국한되지 않고 영어의 소유격으로 치환되지도 않죠. 너와 나, 나아가 이 세계까지 아우르는 아주 큰 테두리의 친밀함이자 애틋함 같아요. ‘우리 세희’처럼 우리 누구라고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전합니다. 독자 한 분 한 분의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고유 명사를 기억하는 능력도 부족합니다), 이름 너머 구체적인 얼굴들을 생각하고 염려하고 고마워하며 저도 제 자리에서 또 쓰면서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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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탱크>를 소개하며 저는 '김희재의 발견'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우리는 꿈의 미래를 안으로 끌어온다.
믿고 기도하여 결국 가장 좋은 것이 내게 온다. (11쪽)
라는 기도문을 믿고, '도저히 믿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적 안간힘'으로 한여름에 냉방도 되지 않은 컨테이너에 스스로 자신을 가두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첫 책 이후 오래 기다린 작가의 신작이 2026년 출간되었습니다. 악몽, 슬픈 기억에서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은 '성'에 안전하게 갇혀 있습니다. 폭력과 모욕을 방치할 것일지, 문을 열고 성을 나갈 것인지 소설 속 여자들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열기와 잘 어울리는, 작가의 신작을 반갑게 읽고 싶습니다.

오월이라 5.18을 다룬 소설을 출간했습니다. 한국문학의 독보적 시선 정찬 소설가의 장편소설 『그들이 있었던 곳』입니다. 또 5.18 소설이냐고 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의외로 5.18 소설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더 많은 5.18 소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아공에서 수많은 작가가 반인권적 아파르트헤이트를 다뤘고, 그 결과 노벨문학상이 두 명이나 나왔습니다. 5.18 광주도 끊임없이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광주를 좀 더 큰 그림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한겨레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5.18을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겠지만, 그것이 왜 시작되었고,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갔으며, 어떻게 끝났는지를 제대로 아는 이들은 의외로 극소수 같다. 광주가 생명체라면 그 살과 피, 육체의 어떤 냄새를 모른다. 전체를 구체적으로 조감하면서도, 당시 광주 시민들이 겪은 영혼의 상처를 함께 체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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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라 5.18을 다룬 소설을 출간했습니다. 한국문학의 독보적 시선 정찬 소설가의 장편소설 『그들이 있었던 곳』입니다. 또 5.18 소설이냐고 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의외로 5.18 소설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더 많은 5.18 소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아공에서 수많은 작가가 반인권적 아파르트헤이트를 다뤘고, 그 결과 노벨문학상이 두 명이나 나왔습니다. 5.18 광주도 끊임없이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광주를 좀 더 큰 그림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한겨레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5.18을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겠지만, 그것이 왜 시작되었고,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갔으며, 어떻게 끝났는지를 제대로 아는 이들은 의외로 극소수 같다. 광주가 생명체라면 그 살과 피, 육체의 어떤 냄새를 모른다. 전체를 구체적으로 조감하면서도, 당시 광주 시민들이 겪은 영혼의 상처를 함께 체감하고 싶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발표되자 국회로 달려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1980년 광주를 떠올렸을 겁니다. 5.18에 대한 기억이 그처럼 강렬하지 않았다면 그 춥고 늦은 밤에 불편함을 무릅쓰고 국회로 달려가지 않았을 겁니다. 그들은 어쩌면 그녀의 목소리를 떠올렸는지도 모릅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2시 어둠에 싸인 도시의 적막을 가른 대학생 박영순의 애절한 목소리를.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우리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숨져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일어서서 계엄군과 끝까지 싸웁시다. 우리는 광주를 사수할 것입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는 최후까지 싸울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무도하고 폭력적인 계엄군을 이길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엄군에 맞서 끝까지 싸웠습니다. 그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켰던 진실의 등불이 46년이 흐른 뒤 불법적인 계엄의 어둠을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는나무는 문학과 환경에 기여한다는 모토를 갖고 있는 출판사입니다. <그들이 있었던 곳>이 우리에게 5.18을 잊지 않게 하는 작품이 되기를 바랍니다.
- 정현상 말하는나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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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소설가의 신작 두 권을 함께 놓아봅니다. 제47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가 최미래의 소설집에서 '없음'은 에너지가 됩니다. '온 세상이 만만하게 여겨 벗겨 먹으려고 달려들 때' 소설의 인물은 "돈을 개꿀로 벌면서 쉽게 잘살고 싶다 그러면 안 되나요?" 라고 되묻습니다. <쉽게 잘살고 싶다 33화>에 등장하는 인물이 더 해내라는 세계에게 덜 하고 더 받으면 왜 안 되나요? 되물을 때 이 '와일드'는 통쾌함으로 전환됩니다.
2024년 단편소설 <눈사람들, 눈사람들>로 제1회 림 문학상 대상 수상한 성수진은 첫 장편소설 <유리 조각 시간>으로 제2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중학생 유영은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델(경진)’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채팅창을 켜둔 채 “반짝이는 것”을 보는 의식을 함께하던 경진은 한때 유영을 살게했습니다. 어른이 된 유영은 출국을 앞두고 있는데요,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경진이 '유영'을 화자로 한 소설을 메일로 보내옵니다. 소설 읽기와 유리 조각의 공통점을 생각하게 되는 회복을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