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2026년은 조르주 페렉이 태어난 지 90년이 되는 해다.
프랑스 문학 전문 출판사 레모는 이 해를 기념하여, 페렉의 문학이 시작된 가장 치열한 자리를 보여주는 두 권의 책을 함께 선보인다. 페렉이 처음으로 완성한 장편소설 『용병대장』, 그리고 그의 자전적 글쓰기의 궤적을 한 권에 담은 『나는 태어났다』 리커버 개정판이다. 한 권은 위조 화가의 실패와 살인으로 시작되는 장편소설이고, 다른 한 권은 기억과 망각, 유년과 정체성을 둘러싸고 페렉이 남긴 글들을 모은 산문집이다. 쓰인 시기도 다르고 글의 형식도 다르지만, 이 두 권은 같은 질문을 향한다. 페렉은 어떻게 페렉이 되었는가. 그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고, 왜 끝내 글을 써야 했는가.
한국 독자들에게 조르주 페렉은 흔히 『사물들』의 작가로 기억된다. 그러나 『사물들』로 르노도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하기 몇 해 전, 젊은 페렉은 크나큰 실패를 맛보았다. 처음으로 완성한 소설은 출간을 거절당했고, 페렉은 훗날 원고마저 잃어버렸다고 믿은 채 평생 그 상실을 아쉬워했다. 작가 사후 원고가 기적적으로 발견되면서, 『용병대장』은 뒤늦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용병대장』은 “마드라는 무거웠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위조 화가 가스파르 윙클레는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용병대장」을 모사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자신에게 그 그림을 의뢰한 후원자 아나톨 마드라를 살해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중심에는 살인 자체보다 더 깊은 질문이 놓여 있다. 가짜와 씨름하면서 어떻게 진짜를 정복할 것인가. 위조와 창작, 모방과 발명 사이에서 한 인간은 어떻게 자기 이름을 찾을 수 있는가.
클로드 뷔르줄랭은 『용병대장』 서문에서 이 작품을 단순한 초기작으로 보지 않는다. 훗날 『잠자는 남자』와 『인생 사용법』에 생기를 불어넣을 동력들이 이미 여기에 “핵처럼 응축되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소설 안에는 페렉 문학을 이루는 핵심 요소들이 빽빽하게 들어 있다. 진짜와 가짜, 모방과 창조, 자기 이름을 찾으려는 고통,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과거의 유령들.
『나는 태어났다』 역시 작가 사후에 출간된 산문집이다. “나는 대체로 내가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는 안다. 하지만 왜 작가가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 문장처럼, 이 책은 페렉이 자기 삶과 글쓰기의 기원을 더듬는 책이다. 메모, 단편, 연설, 비평, 편지 등 다양한 형식의 글 속에서 기억과 망각, 유년과 정체성, 자전적 글쓰기의 문제를 집요하게 탐구한다. 페렉에게 자전적 글쓰기란 자신의 삶을 매끈하게 설명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말할 수 없는 것 주위를 끝없이 맴도는 일이었고, 사라진 삶의 흔적을 더듬는 일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전쟁에서 잃고, 어머니를 아우슈비츠에서 잃은 페렉에게 “나는 태어났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사실의 확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기원을 다시 묻는 문장이자, 기억의 공백 앞에서 가까스로 써 내려간 첫 문장이었다. 이번 리커버 개정판은 초판의 미비점을 바로잡고 문장을 다시 살폈다. 페렉의 말장난과 인용, 작품 사이의 연결, 자전적 기획의 맥락을 더 꼼꼼히 따라갈 수 있도록 역주를 보강했다. 처음 페렉을 만나는 독자에게는 더 친절한 길잡이가, 이미 페렉을 아끼는 독자에게는 다시 읽을 이유가 되어줄 것이다.
『용병대장』은 페렉이 소설가로 태어나는 순간을 보여주고, 『나는 태어났다』는 페렉이 자기 자신을 쓰기 위해 남긴 질문들을 보여준다. 두 책은 함께 읽을 때 더 깊이 연결되지만, 각각으로도 페렉의 문학 세계로 들어가는 좋은 입구가 되어줄 것이다.
조르주 페렉 탄생 90주년, 레모는 이 두 권을 시작으로 페렉의 문학을 더욱 적극적으로 소개하려 한다. 앞으로 『W 혹은 유년의 기억』, 『장소들』,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 그리고 조르주 페렉 전기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용병대장』과 『나는 태어났다』.
이 두 권은 조르주 페렉 문학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마드라는 무거웠다. 그의 양쪽 겨드랑이를 잡고 작업실로 연결된 계단을 뒷걸음질로 내려갔다. 한 계단씩 내려갈 때마다 그의 두 발이 불규칙한 내 걸음에 맞춰 단속적으로 튀어 오르며 좁은 계단통에 메마른 소리를 냈다. ― 『용병대장』
진실.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자. 나는 마드라를 죽였다. 나는 아나톨을 죽였다. 나는 아나톨 마드라를 죽였다. 바로 내가 아나톨 마드라를 죽였다. 바로 내가 살해했다. 아나톨 마드라를 살해했다. 우리 모두가 마드라를 살해했다. 마드라는 인간이다. 인간은 죽는다. 마드라도 죽는다. 마드라는 죽었다. 마드라는 죽어야만 했다. 마드라는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단지 시간을 아주 조금 앞당긴 것뿐이다. ― 『용병대장』
왜? 마드라는 도대체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이 일이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마드라의 말투를 정확하게 떠올려보려고 한다. 처음 마드라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놀랍게 느껴졌던 음색, 아주 가벼운 혀 짧은 소리, 살짝 머뭇거리며 흥얼거리는 듯한 소리, 눈치채기 힘들 만큼 단어가 쩔뚝이는 느낌, 마치 발을 헛디디듯, 아니면 헛디딜 뻔하듯 실수할까 봐 매 순간 두려워하는 듯한 말투를.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누구나 늘 착각한다. 일들이 해결될 거라고, 정상적인 흐름을 따를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예측할 수는 없다. 환상을 품기란 참 쉽다. 대체 무엇을 원하시죠? 그림인가요? 르네상스 시대의 멋진 그림 한 점을 원하시나요? 그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어요. 어쨌든… 〈용병대장〉이 안 될 이유가 뭐겠어요.
위조 전문가에게 산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 그건 죽은 자들과 함께 산다는 의미야, 죽은 존재라는 의미고, 죽은 자들을 알게 된다는 의미고, 페르메이르든, 샤르댕이든, 아무나 될 수 있다는 의미지. ― 『용병대장』
그는 세상을 잘 몰랐어. 그의 손끝에서는 고작 유령들만 태어났어. 그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을 거야.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재귀적일 뿐인 낡아빠진 기술. 마법의 손가락이라고. (…) 황금률을 알았고. 그림의 균형과 내적 일관성을 이해했고, 만들어내는 법을 알고 있었어. 어떤 붓을 사용해야 할지, 어떤 오일, 어떤 색깔을 써야 할지를 알았어. 유약, 그림 그릴 재료, 첨가액, 바니시에 대해 모르는 게 없었어. 그래서? 그는 훌륭한 장인이었다고. 판 메이헤런은 페르메이르의 그림 세 점으로 네 번째 그림을 만들어냈어. ― 『용병대장』
문제는 ‘왜 계속하나?’도 아니고, ‘왜 나는 계속 할 수 없나?’도 아니라, ‘어떻게 계속하나?’이다. (세 번째 질문을 통해서 나는 앞의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다.) ― 『나는 태어났다』
이 책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열두 살 무렵 처음 받았던 심리 치료 중에 제가 마음껏 키워나갔던 환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1967년 9월 어느 저녁 베니스에서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그때 저는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어쨌든 그 환상을 소설로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은 훨씬 더 시간이 흘러서 떠올랐습니다. (…) W는 테르드푸 군도 어딘가에 있는 섬입니다. 그곳에는 검은색 대문자 W가 새겨진 하얀 운동복을 입은 육상선수들로 이루어진 종족이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밖에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W섬에 대해서 (말이나 그림으로) 이야기를 자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이제 W섬 이야기를 하면서 제 어린 시절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나는 태어났다』
15년 전 처음 글을 쓰며 내가 글쓰기에 무엇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글쓰기가 내게 발휘했던 – 계속해서 발휘하는 – 매혹과 동시에 그 매혹이 드러내고 감추는 균열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글쓰기는 나를 보호한다. 내 단어들과 문장들, 능숙하게 연결한 문단들, 교묘하게 계획했던 장들로 쌓아 올린 성벽 아래서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재간이 부족하지 않다. 나는 여전히 보호받을 필요가 있나? 그런데 만일 방패가 굴레가 된다면? ― 『나는 태어났다』
내게 엘리스섬은 바로 유배의 장소, 말하자면 장소가 부재하는 장소, 흩어지는 장소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장소는 나와 관련이 있고, 나를 매혹하고, 나를 끌어들이고, 내게 질문한다. (…) 마치 이 장소가 내 것이 될 수도 있었을 어떤 역사 어딘가에 새겨져 있기라도 하듯, 마치 그곳이 있을 법한 자서전, 잠재적 기억의 일부이기라도 하듯. 그곳에 있는 것은 결코 뿌리나 흔적 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이다. 형태는 없지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점에 있는 것, 내가 닫힘, 혹은 분열이나 균열이라 명명할 수 있는 무언가이다. ― 『나는 태어났다』
1936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페렉의 부모는 프랑스로 이주한 폴란드계 유대인이었다.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1940년 전사했고, 어머니는 1943년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 시절 겪은 부모와의 이별, 특히 무덤조차 없는 어머니의 죽음은 페렉의 삶과 글쓰기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고등학생 때부터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페렉은 서평을 기고하며 습작 활동을 시작했다. 1957년부터 1960년까지 여러 제목과 형태를 거쳐 첫 장편소설 『용병대장』을 완성했지만, 이 작품은 출간을 거절당했다. 이후 페렉은 1965년 『사물들』로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한다.
1967년에는 레이몽 크노가 주도한 문학 실험 그룹 ‘울리포(Oulipo, 잠재적 문학 실험실)’에 가입하여 ‘형식적 제약을 따르는 글쓰기’라는 특유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작가 스스로 ‘자전적인 요소’와 ‘형식적 제약’이 자신의 거의 모든 작품의 토대를 이룬다고 밝힌 바 있다.
1978년 출간한 『인생 사용법』으로 메디치상을 수상하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으나, 1982년 45세의 이른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짧은 생애 동안 십여 편의 작품을 남겼으며, 『잠자는 남자』처럼 자신의 작품을 직접 영화로 만들거나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하며 전방위적인 창작 활동을 펼쳤다.
작가 사후 흩어져 있던 원고들을 모아 여러 편의 유작이 출간되었고, 『나는 태어났다』 역시 그렇게 빛을 본 작품 중 하나이다. 한편 페렉이 사라졌다고 믿었던 『용병대장』의 타자 원고는 1990년대 초 발견되었고, 작가 사후 30주년을 기념하여 2012년 프랑스 쇠유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대표작으로는 『사물들』, 『W 혹은 유년의 기억』, 『인생 사용법』 등이 있다.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고, 프랑스 문학이 좋아 출판사까지 냈다. 다양한 프랑스 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니 에르노의 『사건』, 『젊은 남자』, 호르헤 셈프룬의 『잘 가거라, 찬란한 빛이여…』, 델핀 드 비강의 『충실한 마음』, 『고마운 마음』, 조르주 페렉의 『나는 태어났다』, 앙드레 지드의 『팔뤼드』, 파트릭 모디아노의 『기억으로 가는 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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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대장> 도서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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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났다> 도서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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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대장>, <나는 태어났다> 도서 각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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