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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익숙했던 계절의 리듬이 조금씩 낯설어졌다. 봄은 짧아졌고, 장마는 예측하기 어려워졌으며, 가을은 해마다 더 빨리 지나가는 것만 같다. 익숙했던 사계절의 풍경이 달라질수록, 계절을 기억하던 오래된 감각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계절 쓰기>는 여덟 명의 산문가가 각자의 계절을 기록한 책이다. 김연수 소설가에게 여름은 제주의 세화 바닷가에 있고, 김소연 시인에게 겨울은 고요하다. 허태임 식물분류학자는 팽나무의 겨울눈 앞에서 아직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고, 홍한별 번역가는 꽃게 한 마리 앞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은유 작가는 케테 콜비츠가 전쟁으로 잃은 아들에게 건넨 한 문장 앞에 오래 멈춰 선다. "나의 아가야, 봄이 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계절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을 기억하게 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 된다. 여덟 편의 산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나만의 계절도 떠오른다. 유난히 시원했던 초여름, 어느새 사라진 것 같은 가을, 오래 견뎌낸 겨울, 그리고 다시 찾아온 봄까지. 계절은 매년 돌아오지만, 같은 계절은 두 번 오지 않는다. 이 책은 지나간 계절보다 그 시간을 살아낸 마음을 오래 들여다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