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5
계절 특선 : 한국 문학
다른 사랑
오디를 택배 배송으로 샀습니다.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플라스틱 박스가 깨져 보랏빛 과즙이 스티로폼 박스에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 자체가 최은미의 소설이 묘사하는 여름 같았습니다. <정선>의 '여자'는 과일가게를 하는 동창에게서 팔지 못할 물러버릴 과일을 받았습니다. '동창이 까만 봉지에 담아준 복숭아와 자두'가 '실온에서 하룻밤이 지나자' 풍기는 '들큼한 냄새'를 우리의 코끝에 들이대고 최은미의 소설은 이렇게 묘사합니다. '달콤하면서도 메슥거리고, 설레면서도 허전한 냄새.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 같은 냄새. 금세 망가질 것 같은 냄새. 어쩌면 여름 냄새가 대체로 그런 건지도 몰랐다.'(<정선> 90~91쪽) 이렇게 우리는 소설을 체험하게 됩니다.
여름 바캉스 여행객이 흥성거리는 동해 바다의 풍경과 다른 '지방' 묘사가 최은미의 소설 속에 있습니다. 이곳에 이미 존재하는 짙푸른 빛의 산등성이. 그 산등성이를 떠났던 이들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귀향합니다. 이 소설 속에서 '지방-공간' 3부작으로 묶여있는 소설 세 편을 읽으면 그들의 욕망에 전염되어 함께 불안해집니다. 해가 늦게 지고 과일이 빨리 무르고 사람들이 조금 흥분한 상태인 계절인 여름은 확실히 평정심을 찾기엔 어려운 계절이지요. 땀으로 끈적이는 몸의 감각까지 그대로 옮겨오는 소설, 여름에 읽기 제격입니다.
기온과 문학이 함께 놓인 이 자리에서 여름에 읽기 좋은 한국문학을 보름마다 소개하겠습니다.
다음 편지일 : 6/30일
여름 바캉스 여행객이 흥성거리는 동해 바다의 풍경과 다른 '지방' 묘사가 최은미의 소설 속에 있습니다. 이곳에 이미 존재하는 짙푸른 빛의 산등성이. 그 산등성이를 떠났던 이들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귀향합니다. 이 소설 속에서 '지방-공간' 3부작으로 묶여있는 소설 세 편을 읽으면 그들의 욕망에 전염되어 함께 불안해집니다. 해가 늦게 지고 과일이 빨리 무르고 사람들이 조금 흥분한 상태인 계절인 여름은 확실히 평정심을 찾기엔 어려운 계절이지요. 땀으로 끈적이는 몸의 감각까지 그대로 옮겨오는 소설, 여름에 읽기 제격입니다.
기온과 문학이 함께 놓인 이 자리에서 여름에 읽기 좋은 한국문학을 보름마다 소개하겠습니다.
다음 편지일 : 6/30일
_한국소설/시 MD 김효선
계절 문장
30쪽
여진은 열기와 더위로 자신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여진은 자신이 이런 온도일 때 눈이 집요하게 반짝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상리>
65쪽
욕을 하던 병사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움직여 땀에 절어 들러붙은 티셔츠를 몸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그 순간 자포자기와 절박함이 뒤섞였던 그 눈빛이 이전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내 상체를 훑고 가는 것을 느꼈다.<무장하는 날>
86쪽
여름은 하루가 너무 길었다. 같이 놀 형제자매도 없었고 단짝 친구도 없었다. 곤충들 몸을 절단하며 놀다 토할 것 같으면 옥수수밭에 들어갔다.
<정선>
145쪽
나는 고립 야영객이었던 적이 있곳. 몇 해 전 한여름이었다.<그곳>
147쪽
여름이면 나는 매일 가슴이 뛴다. 사람들이 저렇게 쉽게 급소를 드러내고 다닌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낀다.<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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